2009년 5월 22일 금요일

Caran d'Ache Technograph 777

스위스의 필기구 메이커 Caran d'Ache는 고급 만년필과 볼펜 등으로 유명한 회사다.

 

처음 까란다쉬라는 브랜드 명을 들었을 때 나는 당연히

 

러시아 연필 메이커 일것이라고 생각했다.

 

карандаш라는 단어는 연필이라는 뜻인데,

 

이제는 다 까먹어 거의 배우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가 되어 버린

 

고교시절 내 전공어인 러시아어의 몇 안 되는 흔적 중 하나이다.

 

 

하지만 스위스의 Caran d'Ache는 연필보다는 만년필이나 볼펜에 주력한다.

 

마치,

 

어떤 나라에 'Man Nyon Pil'이라는 연필 브랜드가 있다면 그걸 보는 느낌이 이럴까.

 

 

하지만 까란다쉬가 아예 연필을 만들지 않는 것은 아니다.

 

까란다쉬는 몇 종의 색연필과 흑연 연필을 생산하며,

 

오늘 리뷰해 볼 Technograph 777은 흑연 연필들 중에서

 

나름 제일 상위 모델 중 하나이다.

 

 

 

다른 연필들이 바코드를 몸통에 인쇄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연필은 새로 구입하면

 

바코드가 인쇄된 비닐로 심 쪽이 덮여 있다.

 

 

끝쪽의 심까지 완벽하게 덮고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심을 보호하는 역할은 전혀 없다.

 

그래도, 바코드가 눈에 거슬리는 사람으로서는, 스티커로 덕지덕지 붙여 놓지 않아서

 

감사하기 그지 없다.

 

가끔 연필을 사러 가면 자기들 편하려고 연필에 바코드 스티커를

 

덕지덕지 붙여 놓은 경우가 있는데,

 

스티커 일일이 떼어내고 지우개로 접착제를 지우는 것은 그리 유쾌한 일은 아니다.

 

 

Caran d'Ache Technograph 한 타스는 투명한 아크릴 케이스에 담겨 있다.

 

 

종이 케이스를 좋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이 정도의 플라스틱 케이스는 용납해 줄만 하다.

 

지나치게 화려하게 (그렇다고 고급 자재를 쓰지도 않으면서) 거추장스러운

 

플라스틱 케이스를 쓰는 몇몇 일제 연필들의 부담스러움보다는 한결 맘에 든다.

 

 

연필이 유독 끌리는 이유는 그것이 내가 정을 주는 만큼 일찍 사라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필을 굳이 타스로 사 두는 이유는,

 

하나의 끝을 완전한 끝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Caran d'Ache Technograph 777 연필은 전문가용 제도/미술 연필이다.

 

그런 부류의 다른 연필들이 그러하듯,

 

이 연필도 6B-B, HB, F, H-4H까지의 다양한 경도를 제공한다.

 

 

나는 미술을 하는 사람이 아니고,

 

주로 문자를 필기하는데 연필을 사용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그래서 내가 선택하는 연필의 경도는 B, HB, F, H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메모지 등에 마구 글씨를 휘갈기기도 하지만 노트에 꼼꼼히 기록하는 일도 잦기 때문에,

 

아무리 진하더라도 쉽게 뭉툭해져 버리는 연필보다는,

 

조금 흐리더라도 더 오래 날카로움을 유지하는 쪽을 더 선호한다.

 

이 연필은 국내에서 구하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우선 가장 자주 사용하는

 

HB, F, H 세 경도의 연필을 주문했다.

 

 

연필이 세상에 나온지 수백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같은 경도 표기의 심이 실제로는 제조사마다 다 다른  경도라는 것은

 

좀 답답한 일이다.

 

Faber-Castell Castell 9000 같은 경우는 HB가 좀 흐린 편이고,

 

Derwent Graphic의 경우는 F조차도 좀 무른 편이다.

 

 

Caran d'Ache의 Technograph 777 HB는 HB 연필로서 딱 기대한 만큼의 경도를 지닌다.

 

물론 필기용으로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F 역시도 훌륭한 경도일 듯 하다.

 

하지만 H는 좀 흐린 편이다.

 

가격이 상당한 편이라서 일단 HB만 한 타스를 구매했는데,

 

예상이 적중한 듯 해서 기분이 좋다.

 

(뭐 그래도 언젠가 F도 살 것 같지만..)

 

 

심이 종이 위를 미끄러지는 느낌 또한

 

아주 미끄러움과 지나치게 마찰되는 것의 딱 중간 정도이다.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적당히 사각거리는 느낌이지만, 조금은 미끄러운 것에 가깝다.

 

 

긁힘은 전혀 없다.

 

긁힌다라는 건 이전 포스팅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연필 심의 입자가 균일하지

 

못해서 '티틱'하고 종이를 긁어놓는다는 것인데,

 

개당 2불이 넘는 연필이 그런 식이면 아주 곤란하다.

 

 

HB 심은 만족할 만큼 진한 색이지만,

 

부스러짐은 전혀 없다. 간혹 심을 진하게 하려다 보면 심이 부스러지는 경우가 있는데,

 

Technograph 777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결점이다.

 

 

나무의 질도 수준급이며, 정확한지는 모르겠지만,

 

노란색 도장 밑의 나무색이 비치는 것으로 보아 수성 바니쉬로 마감을 한 듯 싶다.

 

거의 평평한 검은색 Cap과 더불어, 금색의 프린트는,

 

화려하고 명확하지는 않지만 은은히 풍기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하지만 그래도, 독일이나 일본의 회사들처럼 연필을 보는 순간 '음, 얼마정도 하겠군'하고

 

가격을 생각해 낼 수 있을만큼 고급스러운 것은 아니다.

 

 

 

가격을 고려하지 않았을 때, Caran d'Ache Technograph 777은

 

분명히 가져볼만한 연필이다.

 

하지만 가격대 성능비를 생각한다면, 더군다나 한국에서 찾는 거라면,

 

STAEDTLER의 Mars Lumograph나 Faber-Castell Castell 9000이 낫긴 하다.

 

그렇지만, 중국제 허접한 팬시 연필 (심지어 편심도 있는) 을 3자루에 2천원에 팔고

 

일본에서 50엔 하는 연필을 1200원에 파는 것이 그다지 이상하지 않다면,

 

그런거 살 바에야 이걸 사라고 강력히 권하고 싶다.

 

댓글 1개:

  1. trackback from: Kent의 생각
    Caran d'Ache Technograph 777 스위스의 필기구 메이커 Caran d'Ache는 고급 만년필과 볼펜 등으로 유명한 회사다. 처음 까란다쉬라는 브랜드 명을 들었을 때 나는 당연히 러시아 연필 메이커 일것이라고 생각했다. карандаш라는 단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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