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5월 22일 금요일

Graf von Faber Castell Pencil

천만원짜리 경차와, 오천만원짜리 세단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다.

 

듀얼 사이드 에어백, HID, 전좌석 전동 열선 시트, 내장형 DMB 네비게이션,

 

CD/DVDP, ABS, VDC 등등 다섯배라는 가격 차이에 의한 성능차를

 

인정하지 못하는 경우는 그리 크지 않다.

 

얼마전, 문방삼우에서는 고가의 만년필을 사는 것이

 

사치, 허영일 뿐이고 전혀 실용적이지 않다라는 글로 인해 조금은 시끄러운 일이 있었다.

 

3만원짜리 만년필과 그 백배인 300만원짜리 한정판 만년필에는,

 

언뜻 보기에는 아무 차이도 없을지 모른다.

 

다 똑같이 잉크 넣으면 글씨 쓸 수 있고, 가지고 다닐 수 있고, 던지면 부숴진다.

 

아니 심지어, 200원짜리 모나미 볼펜이라고 할지라도

 

필기구 본연의 기능을 수행하는데는 문제가 없다.

 

 

기본 기능에 있어서 큰 차이가 존재하지 않지만

 

가격에 있어서는 엄청난 차이가 나는 이유가 뭘까.

 

50원짜리 마트 비닐봉지와 250만원짜리 샤넬 핸드백의 차이는.

 

4천원짜리 티셔츠와 4백만원짜리 턱시도의 차이는.

 

천오백원짜리 소주와 80만원짜리 30년산 위스키의 차이는.

 

그리고,

 

 

100원짜리 1000원샵 연필과,

이 연필의 차이는 무엇일까.

 

 

 

필기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을만한 Graf von Faber-Castell에서는,

 

Perfect Pencil이 아닌, 일반 연필도 만든다.

 

어떤 사람들은 무언가 쇳덩이가 달려 있으면 나름대로 그것의 가격을 인정하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그냥 '연필'인 경우라면 어느 정도의 가격을 인정해 줄 수 있을까.

 

필기구 회사에 의해 현재 양산되는 최고가 연필들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을

 

이 연필의 가격은 미화 약 100불. 우리돈 10만원 가량이다.

 

한 자루에 8000원이 넘는 가격이니, STAEDTLER나 Faber-Castell같은 메이저 회사의

 

최고급 연필 한 타스의 가격이 넘는다.

 

이유는 무얼까.

 

그 가격을 납득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납득하기 힘들다면,

 

 

 종이 케이스를 벗기고 나온 이 나무 케이스를 보면 어떨까.

 

 

Graf von Faber-Castell은, 물건을 대충 만들지는 않는다.

 

 

케이스의 내부는 덮개와 맞물리도록 조각되어 있다.

 

 

확대 사진으로 조금 거칠게 보이기는 하지만, 실제로는 아주 매끄럽게 마감되어 있으며,

 

뚜껑은 한 덩어리의 나무를 깎아 만든 것이다.

 

 

이 대단한 포장 안에는 표면에 12개의 홈을 파고 나무의 결을 해치지 않는 마감을 한 뒤

 

은캡을 씌운 12자루의 연필이 들어 있다.

 

 

최고의 나무, 최고의 심, 거기에 예사롭지 않은 조각까지.

 

 

은캡의 약 10배 확대 모습. 실제로 보면 훨씬 더 은은한 은빛이다.

 

둥근 캡 주위로 GRAF VON FABER-CASTELL GERMANY라고 각인되어 있다.

 

 

Graf von Faber-Castell의 연필에는 약간의 variation도 있다.

 

 

이 version은 브라운과 블랙의 2종류가 있다.

 

 

이 연필들은 Graf von Faber-Castell의 로고가 새겨진 종이 밴드로 3자루씩 묶여 판매된다.

 

 

이 연필들은 먼저 번 것과는 달리 캡이 은장이 아니고, 심플하게 마무리되어 있다.

 

 

검은색 연필의 경우 나무 자체가 검은 색인데, 원래 검은 것인지 검게 염색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가격을 생각한다면 염색한 것은 아니지 않나 싶다.

 

 

이 연필들도 처음것과 같은 심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시필을 해 보았다.

 

비교를 위해 사용한 연필은 STAEDTLER의 Mars Ergosoft 150 HB와,

 

Pentel의 Black Polymer 999 HB 연필이다.

 

Graf von Faber-Castell 연필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어떠한 긁히는 느낌이나,

 

심이 부숴지는 느낌도 없으며, 이상적인 필감을 제공한다.

 

시필에 사용한 세 종류의 연필 모두 최고 수준의 심이기 때문에

 

기호에 차이가 있을 수는 있지만 섣불리 어느 쪽이 어느 쪽보다 우수하다라고

 

이야기하기는 힘들다.

 

다만, 그 진함의 차이에 있어서, Graf von Faber-Castell 연필은

 

STAEDTLER Mars에 비해서 조금 흐린 편이다.

 

하지만, Castell 9000(시필에는 없음)에 비하면 많이 진한 편이어서,

 

Castell 9000 HB가 너무 흐리다고 느끼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다.

 

물론, 내 주관적 기준에서 본다면 오늘의 주인공인 Graf von Faber-Castell에게

 

1등을 주고 싶다.

 

특히, 이 연필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장시간의 필기를 할 때도 손이 참 편한데,

 

이 부분에서는 다른 어떤 연필도 따라오지 못한다.

 

물론 내가 이런 느낌을 갖는 것이 단지

 

'비싼 연필이니 좋아야 해'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무게때문일 수도 있는데, 다른 연필보다 약간 가벼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전자저울이 없어서 실제로 그런지는 장담할 수 없다.

 

어쩌면 다른 연필에 비해 조금 더 두꺼운 배럴의 두께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한 자루에 200원 정도 하는 동아 Office 연필이나 문화 더존 연필,

 

Dixon Ticonderoga 정도로도 수집가로서 필감 자체를 느끼며 즐기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사용하면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만큼의 필감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모두가 똑같이

 

흰색 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고 붉은 배지를 달고 있는 세상이 아니라면,

 

조금 더 나은 필감과 조금 더 수려한 외관의 연필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런 연필 하나쯤은 만들어도 괜찮지 않을까.

 

 

댓글 11개:

  1. trackback from: Kent의 생각
    Graf von Faber Castell Pencil 천만원짜리 경차와, 오천만원짜리 세단 사이에는 꽤 큰 차이가 있다. 듀얼 사이드 에어백, HID, 전좌석 전동 열선 시트, 내장형 DMB 네비게이션, CD/DVDP, ABS, VDC 등등 다섯배라는 가격 차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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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검은색의 연필은 나무자체가 검은색입니다.

    흔히 바이올린 현 고정하는 나무로 흑단나무란것을 많이 사용하는데요

    그 이유가 강도가 좋고 습기에 강해 수축정도가 적다고 합니다.

    (당연히 습도에 따라 음색이 변하지 않겠지요.)



    그 흑단 나무가 원재료입니다.



    (직업병입니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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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Gorany - 2009/06/19 15:05
    역시 흑단나무를 사용했군요. 하긴 돈이 얼마인데;

    흐흐 리플 땡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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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와우. 그라폰 ^^ 교보나 남대문 알파문고에 갈때마다 항상 관심있게 보는 브랜드죠. 연필부터 볼펜 만년필까지. 그 고급스러움은 .. 대단하죠. 저도 기회가 되면 꼭 사야 겠네요. ㅎㅎ 오늘 월급날인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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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항상 좋은 글 감사하게 읽고있습니다.

    실례가 될 지 모르겠지만, 어디에서 구입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까요?

    검색을 해봐도 5본짜리는 흔히 구할 수 있지만 12본짜리 우드박스에 들어있는 것은 찾기가 힘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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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PiedPiper - 2009/09/14 23:45
    제가 구입한 구매처는 미국입니다만 현재는 사이트가 폐쇄되었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또 다른 구매처는 SKRIPTA-Paris입니다. 한화 가치 하락으로 가격대가 상당히 높을 것 같습니다. 구글에서 쉽게 웹사이트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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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깎여 없어져야만 비로소 그 용도가 발휘되는 연필은 그래서 숙명적으로 싸야 하겠죠. 저 연필 한 자루가 만들어 낼 사연이야 글자 그대로 책 한 권일 수도 있겠지만 연필이란게 원래 일회적 소모품 아니겠습니까? 없어질걸 저렇게 아름답게 만들어낸 사람, 없애가며 쓰는 사람. 모두 단지 입에 맞는 담배 사러만 서울에서 평양까지 왔다갔다 했다는 어는 소설가가 생각나게 합니다. 구경 잘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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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멘도사 - 2009/09/24 20:48
    술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로서는 1리터도 안 되는 발렌타인 30년산을 수십만원씩 주고 해외 여행 갔다 올 때마다 사 오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쩌면 그 사람들 중 일부는 저런 연필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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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이 연필을 구매하고 싶어 캔트님이 추천해주신 SKRIPTA에 들어가봤는데요 배송비가 9만원정도하던데 원래이런가요??

    그리고 해외 구매에대한 정보글도 하나올려주시면 좋을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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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연필 - 2010/05/27 01:13
    답글이 늦어서 죄송합니다.

    안타깝께도 환율도 오르고 해서 배송료는 감당해야 하는 부분인 듯 합니다.

    해외 구매글은.. 어떤게 도움이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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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흑단이라는 데에는 회의적입니다. 흑단은 일단 저 정도로 새까맣지도 않을 뿐더러 연필에 쓰기에는 지나치게 치밀하고 단단합니다. 연필에는 일반적으로 부드러운 침엽수를 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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