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10월 14일 수요일

스테들러 오스트레일리아 트래디션 연필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블로그라는 것이 범용화되면서 가장 저를 즐겁게 하는 것은,

우리 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에는 연필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기 때문에,

조금만 시야를 넓혀도 한국이라는 시장이 정말 작구나 하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해외의 다른 연필 애호가들과의 관계가 생기는 것은 필연적이라고도 할 수 있지요.


Dave's Mechanical Pencils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는 뉴질랜드의 Dave씨는

고맙게도 먼저 연락을 해 주었는데요,

본인의 취향이 샤프 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와 호주에서 등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귀한 연필들을 보내 주었습니다.

그 중 오늘 리뷰해 볼 연필은 스테들러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제조한 Tradition 모델입니다.

트래디션은 학습/사무용 연필로써는 드물게

6H ~ H, F, HB, B ~ 6B 까지의 꽤 폭넓은 경도로 생산되는 연필입니다.


보시다시피, 스테들러 로고 앞에 AUSTRALIA라는 음각이 박혀 있습니다. 물론, 노리스나 마스 루모그래프의

경우에 비춰 본다면, 저 아름다운 금색 글씨들도 결국 지워지고 말겠지만 말이죠.

붉은 색과 검은 색의 줄무늬로 되어 있는 이 육각형 연필에는, 전면과 뒷면에만 프린트가 있습니다.


그런데,

뭔가 약간 아리송하지 않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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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호주산 연필의 바코드 말입니다.

바코드의 앞 세자리는 국가 코드인데, 400으로 시작하는 번호는 사실, 독일에게 할당된 바코드 입니다.

호주는 930에서 939까지가 할당되어 있구요, 대한민국은 880입니다.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서 스테들러에 문의 메일을 보낼 예정입니다.

물론, 대충 생각하는 이유는 있지만 말이죠.


스테들러의 트래디션 모델은 호주에만 있는 모델은 아닙니다.



독일에서도 똑같은 모델이 생산됩니다.

뒷면의 디자인은 호주산과 독일산이 확연한 차이를 보여 줍니다.

뒷부분의 확대 화면을 보시면 독일산 트래디션과 호주산 트래디션 모델의 바코드가

똑같다는 것을 쉽게 아실 수 있습니다.

아마도 뭔가 착오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독일산 트래디션의 경우 금색 프린트가 좀 덜 노란 빛이고 더 얇고 예리하게 각인되어 있습니다.

뒤쪽 캡 무늬의 경우 위의 사진에서는 독일산이 더 많이 몸통쪽으로 들어와 있습니다.

바코드의 위치와 모델 명의 위치도 약간의 차이가 있습니다.

고맙게도, Dave씨는 예전 버전의 트래디션 모델도 보내 주셨습니다.

위의 연필이 구버전이고, 아래가 신 버전입니다.

로고의 모양도 변했고, TRADITION이라는 문자가 구버전에서는 대문자였는데 신버전에서는 소문자로

조금 더 작게 각인되었고, 모델 번호를 생략하고 심의 등급 표기도 간결해 졌습니다.


그런데 뒷면을 보면 거의 변화가 없다는 사실을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추측하건데, 애초에 구버전에서부터 바코드 표기에는 실수가 있었고,

신버전을 출시하면서 앞면은 독일산과 같은 디자인으로 가져갔지만 뒷면은

(어쩌면 깜빡하고?) 바꾸지 않은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혹시 독일산 트래디션 모델의 구버전을 구하게 된다면 비교해 볼만 하겠습니다.





독일산 트래디션은 한국에서도 구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한국에서는 HB와 2B 그리고 4B 경도만 발견했습니다. (혹시 다른 경도 보신 분 제보를...)

독일산 트래디션 역시 호주산과 마찬가지로 6H ~ H, F, HB, B ~ 6B의 14 등급을 가지고 있습니다.

플래그쉽으로는 마스 루모그래프가 있기 때문에,

트래디션은 그보다 아래 등급으로 학생/사무용이라고 하네요.



이번에 Dave씨로부터 받은 호주산 트래디션은 6B, 4B, 2B, B, HB, F, H, 3H, 4H 모델입니다.


모니터마다 색감의 차이가 약간씩 있기 때문에 사진으로 어느 정도 티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독일산 트래디션의 나무가 호주산에 비해서 확실히 좀 더 짙은 색상입니다.

이걸로 봐서는 확실히 다른 곳에서 다른 재료로 제조한 것이 맡는 것 같군요.

깎일 때의 느낌은 독일산이 좀 더 부드러운 편이고,

트래디션의 검은색 줄무늬는 독일산이 좀 더 짙고 어두운 검은 색입니다.

사진에서 4H와 B 등급 연필들이 다른 것들보다 좀 더 짧은 이유는 깎는 도중에 심이 부러졌기 때문인데요,

물론 제 스테들러 512 001 연필깎이의 날이 무뎌진 탓이 큽니다.

3H 이상의 단단한 심을 깎다 보면 일반 연필깎이의 경우 날이 굉장히 빨리 무뎌지지요.



필감의 경우 제가 가지고 있는 독일산 트래디션의 심 경도가 HB, 2B, 4B였기 때문에

비교에 한계가 좀 있기는 했습니다만, HB와 2B 경도의 독일산과 호주산을 비교해 봤을 때

전체적으로 입자가 더 곱다는 느낌은 독일산에서 더 강했습니다.

물론, 아주 약간이고 그렇게 큰 차이는 아닙니다.

독일산과의 비교를 굳이 하지 않고 호주산 자체로만 놓고 보았을 때는

호주산 트래디션도 학습/사무용으로는 훌륭한 연필이라고 생각됩니다.

4B 경도를 비교했을 때는 정말 거의 차이가 없었지만, 굳이 차이점을 찾는다고 했을 때는

독일산 쪽이 아주 미세하게 더 딱딱한 느낌을 줍니다.

제 생각에는, 호주산 트래디션은 나무뿐만 아니라 흑연 심도 독일산과 다른 것을 쓰는 것 같습니다.


전체적으로 독일산이나 호주산 트래디션 모두 학습용/사무용으로는 과분하다 싶을 정도로

심의 질은 좋은 편입니다.


제 블로그에서 심 경도 등급의 표준으로 사용되고 있는 Mars Lumograph와 비교했을 때,

독일산은 전체적으로 아주 약간 흐린 편이며,

호주산은 독일산 보다 조금 더 흐린 편입니다.

(물론, 모두 다 제 주관적인 의견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차이는 아주 미세합니다.)



하지만, 바코드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쉽게도 호주산 트래디션의 품질 통제가

그렇게 잘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데요,

보시다시피, 캡의 길이가 중구난방입니다.

독일산의 거의 동일한 길이에 비하면 조금 떨어진다는 느낌이 듭니다.

물론, 캡의 길이가 천차만별인 것이 필감이나 여타 다른 품질에 영향을 주지는 않습니다만,

품질 통제의 관점에서 본다면 결코 대수롭지 않은 일은 아니라고 생각되네요.


대부분의 경우 보이지 않지만 몇몇 호주산 트래디션은 사진에서 보이듯이 각인 금형이 누른 자리가

뭉개져 있습니다.

PMP의 관점으로 봐서 그런지, 나무의 품질 관리가 잘 이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이 계속 눈에 걸리네요.



Dave씨가 보내준 정말 대단한 아이템입니다.

바로 각인이 완전히 잘못 찍힌 트래디션인데요,

사진을 찍고 나서 바로 밀봉했을 정도로 소장하기에 즐거운 아이템입니다.

물론, 저 연필이 나온 원인도 호주산 트래디션이 가지고 있는 조금 엉성한 품질 관리 체계이긴 하겠지요.


정상적인 연필과 비교해 보면 차이가 무언지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Dave씨가 보내 준 또 다른 연필들입니다.

10여년 전에는 호주 스테들러에서 마스 루모그래프도 생산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전체적으로 구형 마스 루모그래프의 디자인을 하고 있네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지금은 단종되었다고 하네요.

호주 스테들러에서만 생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PACIFIC 모델도 있습니다.

이 모델은 2H, H, HB, B, 2B의 경도로 생산된다고 하네요.

기회가 되는대로 이 연필도 리뷰를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어를 배워서 이렇게 즐겁게 많은 사람들과 교류할 수 있고 쓸 곳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미리 알았다면

학교다닐 때 좀 더 열심히 공부를 했을 텐데요,

애아버지 되고 나니 머리가 굳는 것은 둘째치고 시간이 도저히 안 나서 영어가 전혀 늘지 않네요.

즐겁고 좋은 경험을 선물해 준 Dave씨에게 다시 한 번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댓글 11개:

  1. trackback from: Kent의 생각
    스테들러 오스트레일리아 트래디션 연필 인터넷이 활성화되고 블로그라는 것이 범용화되면서 가장 저를 즐겁게 하는 것은, 우리 나라는 물론이고 세계 여러 나라의 사람들과 교류를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한국에는 연필이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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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완전 감동입니다. 집에 가서 다시 차근히 읽어봐야 겠어요.



    연필계의 플래그쉽이라.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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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Dave씨는 매우 착하신 분인 것 같네요 ㅋㅋ..

    희귀한 제품들을 많이 보내주시고..

    저도 그런 분들을 구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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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세릭 - 2009/10/15 18:07
    전에 마스 루모그래프 리뷰에도 썼었지만, 누구나 수긍할 수 있을만 한 경도 체계를 가지고 있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손쉽게 적당한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연필은 마스 루모그래프가 유일한 듯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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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최강재 - 2009/10/15 18:25
    그러게요. 물론 저도 그 분의 전공(?)분야인 샤프 컬렉션을 위해 한국산 샤프를 좀 보내드렸습니다.

    친구를 만든다는 것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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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Nice to see this article, although I only half understand because Google translate has trouble with a lot of the words used.

    I particularly like the very last photograph, a kind of Tradition "f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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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Kiwi-d - 2009/10/16 08:34
    Thank you for your comment, and those great pencils!

    I have tried the Google translate and it didn't work well. I will translate this article in English s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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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저도 조만간 기증 좀..

    (능력이 안되서 저단가로다가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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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우워, 영국산에 이어 오스트레일리아산 연필도 있었군요:)

    이런 진귀한 것들을(!!!!)

    Dave씨는 대인배이실듯합니다-ㅎㅎ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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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제논 - 2009/11/24 21:24
    리플 감사합니다. 역시 연필은 아주 고급이 아니면 수출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현지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들이 상당히 많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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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Gorany - 2009/11/10 11:53
    흐흐흐.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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